안미옥1 모로코식 레몬 절임 / 안미옥 너의 안부를 전해 들었다 펼치면전부 펼쳐질 것 같았다 입구를 꽉 묶어두었던가느다란 실이 풀릴 것만 같았다 주머니 안에 넣을 수 없었다주머니는 자주 비워야 하고빨래를 할 때마다 속을 뒤집어야 했으니까 멀리 있다가 가끔 찾아오는햔겨울의 눈처럼 녹지 않고 쌓일까봐겨울이 계속 될까봐 얇게 저민레몬 슬라이스, 소금과 함께병에 담아 밀봉하였다 레몬 절임에도상온에서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달이 지나면 다 녹아 알맞게 절인 레몬과뒤섞인 안부를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휘휘 저어볼 수 있겠지 그러면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마셔볼 것이다 적어도 따뜻하게 사라질 수 있게 『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』 (문학동네시인선 187) 2025. 4. 20. 이전 1 다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