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내 마음에 든/시

엄마 걱정 - 기형도

by 美親子息 2025. 3. 31.

열무 삼십 단을 이고
시장에 간 우리 엄마
안 오시네, 해는 시든 지 오래
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
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
엄마 안 오시네,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
안 들리네, 어둡고 무서워
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
빈방에 혼자 엎드려 훌쩍거리던

아주 먼 옛날
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
그 시절, 내 유년의 윗목

'내 마음에 든 > 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모로코식 레몬 절임 / 안미옥  (0) 2025.04.20
아침에 버린 이름 / 길상호  (0) 2025.03.31